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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RS 간격 반복: 뚫었던 문장을 다시 잊지 않는 법

2026-07-20·5분 읽기

앞선 여섯 편을 다 해냈다고 해봅시다. 받아쓰기로 안 들리던 구간을 뚫었고, 섀도잉으로 입에 붙였고, 강세와 억양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같은 문장을 다시 만나면, 처음 듣는 것처럼 막힙니다.

연습을 잘못한 게 아닙니다. 기억이 원래 그렇게 동작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열심히 했나"가 아니라 "언제 다시 만났나"입니다.

복습 주기라는 문제

너무 일찍 다시 보면 이미 아는 걸 또 보느라 시간을 버립니다. 너무 늦게 보면 처음부터 다시 뚫어야 합니다. 가장 효율이 좋은 지점은 기억이 막 사라지려는 순간인데, 그 순간이 카드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제 한 번에 들린 문장과 세 번을 틀린 문장을 같은 주기로 복습하는 건 양쪽 다 손해입니다.

FSRS가 계산하는 것

FSRS(Free Spaced Repetition Scheduler)는 그 순간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카드 하나하나에 대해 세 가지를 추적합니다.

  • 안정성(stability) — 이 기억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복습에 성공할 때마다 늘어납니다.
  • 난이도(difficulty) — 이 카드가 나에게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꾸 틀리면 올라갑니다.
  • 검색 확률(retrievability) — 지금 이 순간 떠올릴 수 있을 확률.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복습을 마치면 Again / Hard / Good / Easy 네 가지 중 하나로 답하고, 그 답이 안정성과 난이도를 갱신합니다. 그다음 검색 확률이 90%까지 떨어지는 날짜를 계산해 그날 카드를 다시 꺼내옵니다. 버튼마다 "이걸 누르면 다음에 언제 나오는지"가 미리 표시되기 때문에, 등급을 감으로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오랫동안 Anki의 기본이었던 SM-2가 "맞혔으면 이전 간격에 배수를 곱한다"에 가까웠다면, FSRS는 망각 곡선 자체를 모델로 두고 목표 확률에 도달하는 시점을 역산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떤 간격 반복 앱을 써도 비슷합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언어는 텍스트가 아니다

앞면에 영어 단어, 뒷면에 한국어 뜻. 이런 카드를 백 번 복습하면 그 단어의 뜻은 확실히 외워집니다. 그런데 그 단어가 실제 대화에서 흘러나오면 여전히 못 알아듣습니다.

당연합니다. 복습한 게 글자였으니까요. 눈으로 읽고 떠올리는 연습을 반복하면 눈으로 읽고 떠올리는 능력이 늡니다. 리스닝은 그 사이에 한 번도 훈련되지 않았습니다. 받아쓰기로 힘들게 알아낸 것 — 이 자리에서 두 단어가 어떻게 붙어 뭉개지는지, 이 단어가 강세를 잃고 얼마나 흐려지는지 — 은 텍스트 카드에 담기지 않습니다.

간격 반복이 틀린 게 아니라, 복습하는 대상이 틀린 겁니다.

그래서 카드에 소리를 넣었습니다

Emergence의 데스크톱 앱에서 자막 문장을 골라 카드로 만들면, 그 문장이 실제로 발화된 구간의 오디오가 영상에서 잘려 나와 카드에 붙습니다. 합성음이 다시 읽어주는 게 아니라 원본 화자의 목소리 그대로입니다. 앞뒤 맥락이 필요한 문장이면 최대 30초짜리 문맥 클립도 함께 저장됩니다.

그래서 복습 화면이 이렇게 동작합니다. 문장 텍스트는 흐리게 가려진 채로 소리가 먼저 재생됩니다. 들어보고, 안 들리면 다시 듣고, 그다음에 텍스트를 공개해 맞는지 확인합니다. 읽고 떠올리는 게 아니라 듣고 알아듣는 연습이 복습 그 자체가 됩니다.

단어 카드는 조금 다릅니다. 자막에서 모르는 단어를 저장하면 그 단어가 있던 문장이 통째로 카드에 남고, 문장 안에서 그 단어가 어디였는지 표시됩니다. 여기에 AI가 만든 새 예문과 그 예문을 읽어주는 음성이 붙습니다. 이쪽 음성은 합성음이라 원본 화자의 발음은 아니지만, 같은 단어를 다른 문장에서 다시 듣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말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문장 카드의 복습은 듣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들은 문장을 따라 말하면 발음이 평가되고 — 정확도, 유창성, 완성도, 억양이 각각 점수로 나옵니다 — 그 총점이 FSRS 등급을 대신 제안합니다.

  • 90점 이상 → Easy
  • 75점 이상 → Good
  • 60점 이상 → Hard
  • 60점 미만 → Again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보통의 간격 반복에서 "얼마나 잘 알았나"는 순전히 자기 신고이기 때문입니다. 애매하게 기억났는데 Good을 누르면 그 카드는 너무 늦게 돌아오고, 다음에 만났을 때 또 막힙니다. 발음 점수를 등급으로 쓰면 스케줄에 들어가는 값이 느낌이 아니라 측정된 수치가 됩니다. 물론 제안일 뿐이라 원하면 다른 등급을 눌러도 되고, 평가 없이 수동으로 매길 수도 있습니다.

눈이 하는 일

"시각 학습"이라고 하면 보통 그림 카드를 떠올리지만, 여기서 화면이 하는 일은 다릅니다. 귀로 한 일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쪽입니다.

  • 단어는 사전 뜻만 덩그러니 놓이지 않고, 원래 자막 문장 안에서 위치가 표시된 채로 보입니다.
  • 문장 텍스트는 기본적으로 가려져 있어서, 답을 보기 전에 반드시 소리를 먼저 처리하게 됩니다.
  • 발음을 평가받고 나면 어느 단어에서 틀렸는지 단어마다 색으로 표시됩니다.
  • 원본과 내 발음의 파형, 그리고 억양 곡선을 나란히 겹쳐 볼 수 있습니다.
  • 통계 화면에서는 안정성·난이도·복습 간격의 분포와 12주 연습 히트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리로 먼저 판단하게 하고, 판단이 끝난 뒤에 눈으로 근거를 보여주는 순서입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면 — 텍스트를 먼저 보여주면 — 그 순간 리스닝 연습은 사라지고 읽기 연습이 됩니다.

시작하는 법

  1. 뚫은 구간을 카드로 만든다. 오늘 받아쓰기와 섀도잉으로 처리한 문장을 골라 저장합니다. 새로 공부할 문장이 아니라 이미 한 번 처리한 문장이어야 합니다.
  2. 텍스트를 보기 전에 소리부터 듣는다. 가려진 상태에서 몇 번 듣고, 그다음에 공개합니다.
  3. 따라 말한다. 공개하기 전에 들은 대로 소리 내어 재현해 봅니다.
  4. 점수가 제안하는 등급을 쓴다. 체감과 크게 다를 때만 직접 조정합니다.
  5. 그날 뜬 카드만 하고 새 구간으로 넘어간다. 복습은 인풋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풋이 남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카드를 몇 개나 만들어야 하나

만들 수 있는 만큼 다 만들면 며칠 안에 밀린 카드에 깔려서 그만두게 됩니다. 하루에 한두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매시브 인풋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원리로, 본 것 전부를 붙잡으려 하면 지속 가능해야 할 방법이 금방 지칩니다. 넓게 보다가 걸리는 한 줄을 꺼내 처리하고, 그 한 줄만 카드로 남기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이 코스의 마지막입니다. 많이 보고, 정확히 듣고, 따라 말하고, 발음과 억양을 확인하고, 그걸 잊지 않게 만드는 것. 간격 반복은 이 순서의 끝에 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앞의 다섯 단계 없이 카드부터 쌓으면, 결국 알아듣지도 못하는 문장을 성실하게 복습하게 되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FSRS가 뭔가요?

Free Spaced Repetition Scheduler의 약자로, 각 카드를 언제 다시 보여줄지 계산하는 간격 반복 알고리즘입니다. 카드마다 기억의 안정성(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난이도(나에게 얼마나 어려운지), 검색 확률(지금 떠올릴 수 있을 확률)을 추적하다가, 검색 확률이 목표치까지 떨어지는 날에 다시 꺼내옵니다.

Anki에서 오래 쓰던 SM-2와는 뭐가 다른가요?

SM-2는 대체로 '맞혔으면 이전 간격에 배수를 곱한다'에 가깝습니다. FSRS는 망각 곡선 자체를 모델로 두고, 기억이 목표 확률까지 떨어지는 시점을 역산합니다. 그래서 쉬운 카드는 더 과감하게 미루고 어려운 카드는 더 자주 가져오는 식으로 같은 복습량에서 더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단어장 앱으로 외우면 되지 않나요?

뜻은 외워집니다. 다만 눈으로 읽고 떠올리는 연습을 반복하면 눈으로 읽고 떠올리는 능력이 늘 뿐, 리스닝은 그 사이에 한 번도 훈련되지 않습니다. 실제 발화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뭉개지고 흐려지는지는 텍스트 카드에 담기지 않습니다.

하루에 몇 개나 복습해야 하나요?

그날 예정된 카드만 하면 됩니다. 간격 반복의 핵심은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나는 것이라, 밀린 걸 몰아서 하는 것보다 매일 뜬 것만 끝내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카드가 너무 많이 쌓인다면 새로 만드는 속도를 줄이는 게 맞습니다.

발음 평가 점수를 꼭 등급으로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점수는 등급을 제안할 뿐이고 원하는 등급을 직접 눌러도 됩니다. 평가를 아예 건너뛰고 수동으로만 매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애매하게 기억났는데 Good을 누르는 습관이 있다면, 측정된 점수를 쓰는 편이 스케줄이 덜 흔들립니다.

단어 카드와 문장 카드는 뭐가 다른가요?

단어 카드는 자막에서 모르는 단어를 저장한 것으로, 그 단어가 있던 문장이 문맥으로 함께 남고 AI가 만든 새 예문과 합성 음성이 붙습니다. 문장 카드는 자막 문장 자체를 오려낸 것으로, 원본 화자가 실제로 그 문장을 말한 오디오가 그대로 붙고 따라 말하기 평가까지 이어집니다.

Minsu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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